로봇은 점차 부드럽고 유연하게 변한다

“기존 기계공학은 모터의 동력과 관절을 활용한 구동을 연구한다면, 저희는 사람의 근육과 뼈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구동기와 이것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경규욱 교수가 이끄는 Human Robot Interaction 연구실이 소프트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통해 기존 로봇 공학의 한계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안전하게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산업 현장의 로봇은 대부분 단단하고 정해진 동작만 반복해 인간과의 협업에 한계가 뚜렷했다. 또한, 의료나 재활 분야에서 요구되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상호작용에는 부적합하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근육이나 피부처럼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하는 소프트 로보틱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규욱 교수 연구실은 기능성 소재, 소프트 액추에이터 및 센서, 시스템 설계 및 제어, 사용자 경험 네 가지 핵심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연구실은 피부에 현실 같은 촉감을 전달하는 햅틱 인터페이스, 인간의 근육을 모사한 인공 근육,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소프트 센서 등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연구실의 성과는 구체적이다. 정전기 클러치 원리를 이용한 6mm 두께의 햅틱 글러브, 90g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기어 없는 인공 근육 모터, 신축성 있고 투명한 피부 부착형 히터 개발 등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러나 높은 성능 구현을 위한 정밀 제어 기술의 고도화와 소재의 내구성 확보는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연구실은 개발한 원천 기술들을 통합하여 실제 로봇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충격을 흡수하는 로봇 피부를 개발해 인간-로봇 협업의 안전성을 높였으며, 광섬유 센서를 적용해 물체의 미끄러짐을 감지하는 그리퍼를 제작했다.

연구실의 핵심 역점 과제는 초소형 정밀 의료 및 제조 분야에 적용될 마이크로 로봇 시스템 개발이다. 연구실은 자체 개발한 초소형 구동기(SFCDEA) 기술을 바탕으로 무게 0.16g, 크기 6x6x12mm에 불과한 마이크로 그리퍼와, 0.2mm의 얇은 상태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팝업 구조의 마이크로 매니퓰레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KAIST가 보유한 높은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소재부터 구동기, 센서,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추진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이 기술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능 검증과 전략적인 상용화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