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를 반도체처럼 공장서 쾅쾅 찍어내면 어떨까? (실제로 반도체는 원자단위로 매우 섬세한 공정이다. 쾅쾅 단조 찍듯 하지 않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다양한 첨단 분야가 투입돼 효율과 속도와 비용을 혁신한다면 SF가 그냥 실현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분야가 ‘합성생물학’이다.
디지털 기반 바이오 대전환이 시작됐다. 생명공학과 IT 등 타 기술의 융합이다. 인터넷의 보급과 발전만큼이나 폭발적 파급력이 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이 171회 대덕과학포럼에서 ‘바이오 기술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합성생물학 및 바이오파운드리 발전 전망’을 밝혔다.
이 소장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가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해 합성생물학을 유심히 보고 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도 양국 간 합성생물학 협력 이슈가 있었다. 합성생물학은 뭐길래?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부품모듈 개념을 도입해,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다루는 분야로, 유전체 합성을 주도한다. 생물학이 디지털 공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20년간 생명공학 분야는 급격히 성장했다. 바이오 시퀀싱(DNA에서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과정) 비용이 크게 낮아졌고, 유전자 가위가 발전했다. 이제는 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합성을 예측해 최적의 결과를 낸다.
그래서 초고속 저비용으로 DNA를 대량합성하고, 조립자동화를 한다. 생물이 부품화돼 생성조립되고 인공제어가 가능해진다. 기존 생명공학이 레고 브릭이면, 합성생물학은 3D프린팅이다.
분자생물학이 몰고 올 효과는 석유자원 대체 물질, 펜데믹 대응 의약품, 대체육, 질소비료 대체, 바이오 연료, 유기체 화합물 생산 등 다채롭다.
염기서열로 구성되는 생명체의 발현 경우는 (AGTC)^4로 무수한 경우의 수 적당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최적의 해를 빠르게 찾는다. 생명 역시 원자-분자의 조합물. 신의 손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에는 바이오 파운드리가 기반 됐다. ‘징코바이오웍스’ 등 미국 대학발 기업에서 많은 가능성을 증명한다. 미국은 2008년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가 제기돼 고비용 거대 시스템을 다양한 산학연이 접근할 수 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시작했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국가전략산업이다.
우리도 2020년 국가전략기술 첨단 바이오 분야에 합성생물학이 포함돼 발전안을 추진한다.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민간 활용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한국합성생물학 발전협의회가 결성돼 생명연-카이스트-대학 등이 협력 중이다. 선진 조사를 통해 기본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깨달았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초병렬 모듈형 워크플로우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접목할 응용분야를 발굴하겠단 계획이다.
국가형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단계별 핵심 워크플로 구축해 통합플랫폼을 개발한다. 공공 바이오파운드리가 구축되면, 기존 마이크로 단위를 초월한 나노단위 수준의 수만개 병렬 실험 예측과 조립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바이오정보의 설계화와 실물화, 검증, 최적화가 필요하다.
한국형 바이오바운드리는 경부 고속도로다. ‘바이오니아’ 같은 기존 바이오 기업이 이를 활용하면 효율성과 경제성이 크게 올라간다. 우리에게 선진국 같은 시장은 없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파운드리 설계안이 있다. 미국과 영국이 큰 관심을 보일 정도다.
한편 바이오파운드리 어디에서 기업 소요와 문제가 발생할 지는 일단 인프라 구축이 완성돼야 드러난다. 또한 바이오 산업은 전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특정할 수가 없지만, 대전지역이 테스트베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소장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