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냐 아니냐를 넘어, 국방로봇을 가진 국가냐 아니냐로 나뉠 것입니다”
차도완 국방대학교 AI로봇학과 교수의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2040년이면 대한민국 육군은 현재의 절반, ‘3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총 대신 ‘마우스’를 쥘 청년조차 구하기 힘든 시대, 안보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24일 열린 187회 대덕과학포럼 연단에 선 차 교수는 대한민국 안보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 매년 급감하는 출생아 수 그래프는 그대로 미래 병력자원의 추락 곡선과 겹친다.
전 세계는 ‘AI 군비 경쟁’…“속도가 생명이다”
이미 세계는 보이지 않는 ‘AI 군비 경쟁’의 포성을 울렸다. 군사 패권의 최전선에 선 미국은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라는 혁신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작고, 똑똑하고, 저렴한’ 자율 시스템 수천 개를 불과 18~24개월 안에 전장에 풀어놓아, 중국의 거대한 군사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값비싼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대신, 벌떼처럼 달려드는 AI 드론으로 전쟁의 공식을 새로 쓰겠다는 선언이다.
‘실전’으로 기술을 증명하는 이스라엘의 방식은 더욱 기민하다. 그들은 군의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하기 위해 아예 방산기업, 대학, 정부가 함께 ‘지니우스(G-NIUS)’라는 합작 투자사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개발된 로봇들은 실제 국경선과 같은 준전시상황에서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 곧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전장에서 통하는 기술’만이 살아남는 극한의 혁신 생태계다.
‘붉은 군단’ 중국의 기세는 실로 파죽지세다. 최근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GJ-11 무인전투기는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독자적인 공중전 수행까지 넘본다. 바닷속에서는 HSU-001이라는 거대 무인잠수정이 은밀하게 작전 반경을 넓히고 있다. 하늘과 땅, 바다를 아우르는 그들의 목표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AI 군단’의 창설이다.
‘느림보 획득체계’…혁신의 발목 잡는 한국의 현실
우리 군 역시 ‘국방혁신 4.0’을 내걸고 ‘AI 과학기술 강군’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하나의 무기를 도입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직된 연구개발 절차는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을 담아내기엔 너무나 낡고 비대하다. 민간의 천재들이 만들어 낸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군의 높은 문턱과 복잡한 규제 앞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전통적인 무기 개발 방식으로는 이 속도전을 절대 따라갈 수 없습니다.” 차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해결책으로 ‘K-MOSA(국방 모듈형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레고 블록처럼 소프트웨어와 임무장비를 자유롭게 꼈다 뺐다 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A사의 레이더와 B사의 미사일을 C사의 드론에 즉각 통합할 수 있도록 모든 빗장을 풀어야 한다고 차 교수는 강조했다.
생존을 위한 선택, ‘AI 군단’을 향하여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는 이미 우리 발밑까지 차올랐다. 이제 AI 국방로봇은 단순한 신무기가 아니다.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전략 자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평화를 물려주기 위한 유일한 생존 카드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에 사람 대신 로봇을 내보내고, 인간 지휘관은 후방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시대. 그 거대한 전환점에서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다음 100년을 결정한다. 차 교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