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즌 60화 장대한 서사로 탄생할 ‘꿈돌이 세계관’

https://www.thema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1


5시즌 60화 장대한 서사로 탄생할 ‘꿈돌이 세계관’

[脈 인터뷰] SF미디어플레이어스 윤병철 대표

  •  by 박석주 
  •  
  • 입력 2023.02.05 18:23

압도적인 과학 인프라를 갖춘 과학도시 대전에서 SF(사이언스 픽션)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스튜디오가 있다. 윤병철 대표가 만든 SF미디어플레이어스다. 천문연구원장을 지낸 박석재 박사의 <꿈돌이의 모험>을 기반으로 93 엑스포 캐릭터인 꿈돌이의 세계관을 웹드라마 ‘꿈돌이 RT’로 압축해 보여줬던 그 회사다. 꿈돌이가 30여년 만에 대전으로 돌아와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과 시민들의 도움으로 에너지 원석을 되찾아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가 이번에는 OTT용 5시즌 60화로 이어지는 장대한 서사를 통해 꿈돌이 세계관의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감필라고 사가(The GAMPILAGO Saga)>. 대전의 과학자들과 협업해 K-SF의 세계화를 꿈꾸는 윤 대표를 만나 그의 장대한 목표를 들어봤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 윤병철 대표는 대전의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K-SF'를 제작하기 위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 윤병철 대표는 대전의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K-SF’를 제작하기 위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는? 

‘플레이어스’라는 이름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담고자 만든 거였어요. ‘플레이어’라는 단어가 선수들, 혹은 열정을 가지고 필드에서 뛰는 사람들을 뜻하잖아요? 동영상을 플레이, 재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우리 회사는 새로운 한국의 과학영화를 구상하던 중 2021년 SF미디어로 피벗(pivot)을 한 거예요. 사실 제가 영화분야에서 일했었는데요, SF를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 이곳저곳을 찾아보니 대전이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겁니다. 10여년쯤 대덕넷과 CMB에서 지역과 과학 관련 일을 하다가 창업을 했던 거고요. 스타트업을 도우면서 여러 일을 했었는데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야겠다 싶어 SF미디어로 피벗해서 지금의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일종의 제작사?

스튜디오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최근에 피벗하면서 ‘SF IP R&D’로 명칭을 정했어요.  IP나 R&D 같은 개념은 과학기술에서는 굉장히 흔한 개념이거든요. 그런 개념들이 최근에는 콘텐츠업계에도 적용되고 있고, CJ 같은 대형 제작사들도 이런 용어들을 쓰고 있죠. 저는 문화콘텐츠와 과학기술 연구개발, 그 사이의 SF를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에도 정말 많은 대형 제작사들이 있는데요, 과학기술분야의 인프라와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거든요. 제가 대전에서 과학기술 인프라에 근거한 SF의 IP나 아이디어, 콘텐츠를 그분들한테 넘기거나 함께 합작해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SF IP R&D’라는 개념을 확립하게 된 겁니다.

제작하는 콘텐츠는?

제가 메인 자문으로 모신 분이 예전에 한국천문연구원장을 지내신 박석재 박사님이에요. 블랙홀 박사로 유명하고, 책이랑 소설도 많이 쓰신 분이죠. 박사님 책 중에 <꿈돌이의 모험>이라고, 2000년 중반에 나온 동화책이 있어요. 직접 글이랑 그림까지 다 그리신 책이에요. 그 책을 보면 꿈돌이에 대한 세계관이 정립돼 있어요. 박사님께서 가족, 살고 있는 행성, 지구와의 관계 등이 담긴 IP를 저한테 영상화 해보라고 넘겨주셨는데요, 작년부터 그 작업을 시작해 현재 <감필라고 사가>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입니다. ‘감필라고’는 꿈돌이가 사는 행성 이름이고요, ‘사가’는 연대기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밖에 박사님이 만드신 여러 IP들을 영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OTT용 5시즌 60화의 장대한 서사로  '꿈돌이 세계관'을 집대성한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다.
윤 대표는 OTT용 5시즌 60화의 장대한 서사로  ‘꿈돌이 세계관’을 집대성한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공상과학영화?

그렇죠. 대전에서 만드는 ‘K-인터스텔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작품을 제작 중이에요. <인터스텔라>의 제작자 겸 메인 고문이 실제 노벨물리학상을 받으신 분인데요, 그분이 실제 기획 단계부터 영화제작에 굉장히 깊숙하게 관여를 했어요. 세계 최초로 블랙홀을 형상화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대전에 다 있어요. 각종 설비와 인프라들도 다 있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그분들이 과학적 소재들을 콘텐츠로 만들 생각은 안 하고 계세요. 제가 지금 그런 것들을 발굴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콘텐츠 제작에 나선 계기?

앞서 말씀드렸듯 영화기획을 서울에서 했었는데요, 왜 우리는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것 같은 SF영화들이 안 나오고 자꾸 조폭영화들만 만들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도 이제 SF 영화들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던 거죠. SF라는 게 단순히 규모나 볼거리뿐만 아니라 사고의 지평 자체가 높아야 되거든요. <아바타>도 제임스 카메론이 13년을 연구해서 만든 거예요. 외계행성에 가서 외계인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잖아요? 우리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거죠. 

저는 그 사고의 수준이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부분이야 열심히 레퍼런스들 보면서 따라하면 되지 않겠어요? 우리도 그만큼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고의 깊이는 우리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걸 이야기할 수 있는 과학자들이 대전에 다 있구나 싶었던 겁니다. 물리, 생명, 천문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제가 나고 자랐던 대전, 연구단지에 다 있다는 걸 간과했었던 거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돌아보다 연이 닿은 게 당시 천문연구원장으로 계셨던 박석재 박사님이었고요. 또 그분이 굉장한 SF 애호가시거든요. 뜻이 서로 잘 맞아 대전에서 SF축제를 기획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쭉 대전에 눌러앉게 됐습니다.

제작 콘텐츠가 겨냥하는 대상? 

올해가 93 엑스포 30주년이에요. 과학도시 대전을 세계만방에 알린 의미가 큰 행사였어요. 대전의 인프라 확장을 10년 이상 단축시킨 행사였고요.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둔산 같은 신도시가 생기고 외부 사람들도 많이 유입된 계기가 됐죠. ‘과학도시’라는 타이틀도 그 때 얻었어요. 

처음으로 외계인을 캐릭터로 한 꿈돌이라는 마스코트도 그때 생겼죠. 엑스포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충분히 생명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거든요. 사실 익숙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듯 우리가 간과한 것들이 많아요. 꿈돌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이유죠. 마침 3년 전에 카카오TV가 런칭하면서 ‘내 꿈은 라이언’이라는 잊힌 캐릭터들의 부활 프로젝트를 했잖아요? 거기서 꿈돌이가 압도적으로 1등을 했고요. 꿈돌이라는 캐릭터의 생명력이 죽지 않았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죠. 저도 본격적으로 꿈돌이라는 캐릭터의 콘텐츠 제작에 매달렸어요. 대전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대전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소비층을 자극하고 싶었던 겁니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의 사무실은 행성을 연상시키는 천장 장식과 각종 과학 포스터, 과학서적 등으로 가득차 있다.
SF미디어플레이어스의 사무실은 행성을 연상시키는 천장 장식과 각종 과학 포스터, 과학서적 등으로 가득차 있다.

특별히 아끼는 IP?

꿈돌이 캐릭터의 시리즈인 <감필라고 사가>가 제일 중요한 콘텐츠이지 않을까 싶어요. 총 5개 시즌 60화로 구성돼있어요. 꿈돌이 행성에 대한 이야기, 지구로 오게 된 이야기, 우주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 지구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 스케일이 큰 이야기에요. 이런 스케일과 깊이는 국내에서는 최초라고 생각해요. 기획은 다 끝난 상태이고요, 이제 세부 시나리오 작성만 남아 있는 상태에요.

‘감필라고 사가’에서 꿈돌이의 역할?

꿈돌이 자체가 영웅이자 주인공이죠. 대전이라는 도시는 감필레인저라는 우주특공대를 든든하게 후원해주는 역할인거고요. <감필라고 사가>라는 이 시리즈에서 대전의 연구단지가 갖고 있는 빛나는 성과들을 자연스럽게 PPL 할 수 있는 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필라고 사가’ 진행 상황?

이제 초기 프로덕션에 들어갈 단계죠. 대전이 <감필라고 사가>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을 갖고 있어요. 일단 꿈돌이와 인연을 맺은 지구 최초의 장소이기도 하고, 또 작년에 만들었던 <꿈돌이 RT>가 <감필라고 사가>의 3기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해요. 꿈돌이가 지구 과학자들의 힘으로 고향 행성에 돌아가서 행성을 되찾고 다른 행성들을 구해주죠. 그 과정에서 대전의 과학 인프라가 우주 특공대 ‘감필레인저’의 병참기치 역할을 하는 설정으로 스토리가 이어질 것 같아요.

‘감필라고 사가’ 출시는 언제?

현재 기획단계는 마무리됐는데 세부적인 과학적 설정과 시나리오들, 더불어서 문명의 건설 같은 대규모의 역사적 설정들이 들어가거든요. 대전의 경력 있는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차차 진행할 것 같아요. 

대표님께 꿈돌이라는 캐릭터의 의미?

저라는 사람 자체가 꿈돌이였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꿈돌이랜드에서 기획공연을 진행할 때도 시나리오 쓰고, 무대장치 하고, 춤 연기까지 직접 다했었거든요. 총괄 프로듀서로도 일하면서 배우들이 펑크 나면 제가 직접 가서 연기도 했어요.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꿈돌이라는 캐릭터가 저 자체와 같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윤 대표는 ‘감필라고 사가’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꿈돌이 IP 이외에 기획중인 플레이어스의 IP?

많죠. 정말 많은데요, <감필라고 사가>의 드라마를 만들었던 주요 인물 중에 ‘오한꿈’이라는 인물이 있어요. 한꿈이라는 대전 캐릭터인데, 주인공이 30대 중반의 박사, 그리고 그 주변에서 같이 연구하는 연구팀이 출연하는 시트콤 <우당탕탕 융합연구팀 델타>라고 작년에 짧게 소개됐던 작품이에요. 

사실 지금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비어있는 섹터가 바로 과학자거든요. 혹시 과학자가 나온 드라마 보신 적 있으세요? 없거든요. 주로 피상적인 부분만 다룰 뿐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일상도 상당히 재밌고 규모가 남달라요. 과학자들의 일상을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작년에 드라마로 녹여냈었고, <감필라고 사가>라는 큰 타이틀의 스핀오프로 시트콤 <우당당탕 융합연구팀 델타>를 만든 거예요.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같은 느낌의 드라마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또 추진하고 있는 기획이 있는데요, <코리안 페스트>라고 하는 일종의 ‘K-X 파일’ 류의 콘텐츠에요. 박석재 박사님이 쓰셨던 책을 현대에 맞게 각색한 스릴러물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 다양한 IP들도 제작 중에 있어요.

과학 콘텐츠 외에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

많이 있어요. 사실 대전이 기술창업의 도시이기도 하거든요. 우리 라인업 중에 <중년 G>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해고당한 중년 엔지니어에 대한 이야기에요. 창업하려고 나섰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은, 그런 느낌의 50대 남성이 겪는 창업 분투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20대로 치면 <이태원 클라스> 같은 느낌을 50대 남자로 주인공을 바꾼 느낌이랄까요. 대전이 창업도시로서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는 한데요, 중요한 건 창업욕구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 욕구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대전의 문화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사실은 저도 이 문제로 오래 고민을 했고, 작년에 만든 엑스포 30주년 다큐멘터리에 실제로 이 내용을 담아냈어요. 이 10부작 다큐에서 93년생, 그니까 올해로 서른이 된, 꿈돌이와 함께 태어난 청년의 시각으로 본 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93년 엑스포 이후 대전은 어떻게 발전해왔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발견했고 어떤 것들을 놓쳤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 안에서 찾은 중요한 가치들이라고 한다면 일단 대전은 인프라가 좋고, 자연재해도 없고, 외지인들이 정말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는 거예요.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다 보니까 뭔가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화는 다른 도시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노잼도시라는 이미지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강점은 무엇보다 과학 인프라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과학 인프라들을 한 도시에 집중시켜 놓은 경우도 정말 드물잖아요? 과학 인프라들을 기반으로 한 문화가 형성된다면 대전의 잠재력을 꽃피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감필라고 사가’의 서사와 캐릭터를 소개하는 프로토타입 티져 영상

올해 플레이어스의 목표? 

<감필라고 사가>의 본격적인 추진이죠. 작품화를 할 수 있는 궤도에 올려놓고, OTT가 됐든 어떤 플랫폼이 됐든 간에 전 세계에 <감필라고 사가>를 독보적인 콘텐츠로 출시하는 게 목표에요.

저작권자 © 문화저널 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