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보지 마라

이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입니다.”

148회 대덕과학포럼에서 조은채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신성장전략단장은 급변하는 지구 환경 속에서 물이 지닌 새로운 의미를 강조했다. 기후위기, 산업화, 도시 팽창이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K-water가 물산업 전반에 임무지향적 혁신을 도입해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water는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대덕연구단지 조성 등을 주도했고, 해외 인프라 개척에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국가물산업공기관이다. 이제는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OECD 등 주요 국제기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가 공급 능력을 40%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발달은 이러한 위기를 더욱 가속화한다.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산업들은 기존 산업 대비 3~5배 많은 물을 소모한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는 질문 10여 개에 물 한 컵이 사용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형 댐은 이미 수명이 지난 1950~1980년대에 건설된 것으로, 침전물 누적으로 저장용량이 줄고 있다. 이에 더해 지구온난화는 가뭄과 홍수라는 양극단의 자연재해를 빈번하게 만들며, 물 문제를 복합난제(Super Wicked Problem)로 부상시켰다.

조 단장은 물은 이제 산업과 안보, 에너지, 식량, 기후대응까지 아우르는 초국가적 의제라며,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과학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임무지향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K-water는 해수담수화, ·폐수 재이용, 지하수저류, 스마트 수질관리 등 다양한 기술 기반 해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오는 2027년에는 세계 최초로 실시간 수자원 관측이 가능한 수자원 전용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AI 정수장과 스마트미터링 등 디지털 물관리 인프라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물안보 지수 70, 세계 38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인당 댐 저장용량도 283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K-water2030년까지 물 저장 용량 20%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녹색수출 20조 원 달성 등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기후대응 측면에서도 물은 점점 더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한다. 리튬 채굴, 그린수소 생산, 소형원자로 냉각 등 청정에너지 산업은 물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반면, 수처리와 담수화 공정 자체는 에너지 집약적이기 때문에, 물과 에너지, 탄소 감축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절실하다.

조 단장은 첨단산업의 발전과 기후위기가 겹치면서 물이 더 이상 싼 자원이 아니게 되었다, “K-water는 그간의 물관리 역량에 기술혁신을 더해 세계적 수준의 워터테크 퍼스트무버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water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디지털 물관리 수출을 추진 중이며, 대전시와 협력해 디지털 물산업 밸리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벤처펀드 출자, 스타트업 허브 조성 등을 통해 물산업의 생태계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물산업에 대한 관심은 급증 중이다. 2023년 세계 최초의 워터테크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으며, 누적 투자 규모는 69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처리, 농업용수, 홍수예방, 누수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 단장은 “물을 단순히 물로 볼 수 없는 시대”라며 “대덕특구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